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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동도 부동도 아닌: Fluid Scape
전 은숙
2017. 11. 6 (Mon) - 2018. 1. 2 (Tue)
피상적 접근에서 체현의 순간으로: 원형적 생명력을 입히다.
전 은숙 작가는 인지적 탐구를 거치지 않고 무방비하게 지나쳐버리는 일상의 경험을 체현의 순간으로 바꾸는 작업에 천착해 왔다. 현상적 순간을 포착하고 생생하게 담아내는 과정을 통해 작가가 현전하는 지각의 세계와 타자의 무심한 세계가 충돌하고 새로운 지각의 경험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일관성 있게 담아냈다.
어린 시절 자연의 넉넉한 생명력 속에서 자란 그에게, 외부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도시란 피상적이고 감성이 거세된 물질적 공간이다. 이런 메마른 풍경에서 우연히 발견한 병든 화초는 연약하지만 아름다운 생명력으로 가득 차 있다. 그것은 잊고 있던 고향 제주도의 활력을 떠올리게 하며 작가의 상상력을 예술적 영감으로 채운다. 대상과의 현상학적 조우는 작가의 내밀한 감각을 일깨우고, 현실과 상상의 공간에서 유영하는 작가의 정신은 부유하듯 춤추는 붓질 안에 담겨 새로운 생명력을 뿜어내며 보는 이를 강렬한 체현의 경험으로 이끈다.
점멸하는 도시: 생동도 아닌 부동도 아닌
화려한 도시풍경은 작가의 시선을 통해 욕망이 들끓는 묘한 긴장감의 공간으로 드러나고, 소비되고 버려지던 부동의 공간을 생동의 에너지로 가득 채웠다. 끊어질 듯 위태롭게 점멸하는 도시의 모습을 외부자의 시선으로 편집한 화면은 숨은 이야기를 품은 채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는 도시 속 위태롭게 자리잡은 연약한 식물이 건조한 현대인들에게 작은 안식을 제공하고 있다는 발견을 통해, 역설적이게도 그 속에서 생명력과 삶의 의지를 발견한다.
일상 속 지나치기 쉬운 장면을 포착하는 것은 작가적 시선이며, 작가의 지각세계에 담긴 현상적 풍경이다. 그것은 실재(實在)하는 대상과의 접점에서 일어나는 찰나적 영감의 순간이며, 단순히 대상의 표피적 외형에 머무는 것이 아닌 작가의 상상 속에서 새로운 언어로 귀결된다. 작가는 그 과정을 “눈 뜨고 상상하기” 라고 명명한다. 실로 예술가들은 마치 힌두교의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세번째 눈”을 가진 존재처럼 상상을 이미지로 환유하며 현실에서 꿈꾸는 몽상가 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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