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존재

문명과 근대화는 자연과 인간 관계의 단절을 사이에 두고 있다. 자연을 관람의 대상으로 치부하면서 인간은 자연과 직접적인 관계를 맺지 못하게 됐다.

도시인이 이른바 화분을 집안으로 들이고, 손바닥만한 베란다 정원을 만들고, 개와 고양이와 상상하지 못했던 반려 동물을 식구로 맞이하는데 아마도 이것은 잃어버린 관계 회복을 위한 자연생태 본능의 몸짓이리라.

여기 개와 고양이, 그리고 인간이 있다.

중세에 그려진 도소도시헌정 작품을 비롯, 수 없이 많은 회화 작품에서 개와 고양이는 특별한 수사를 안고 인간과 함께 혹은 인간의 모습으로 재현되어 왔다.

미술에 있어서 개의 도상은 고대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충직을 기본으로, 영리, 비천, 익살 죽음,악령, 마녀, 수호자, 신령, 비이성, 광기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며 인간의 삶과 정신을 환유하였다.

반면 고양이는 고대 이집트의 바스테트(고양이 여신)로부터 부드러움, 자비, 수확, 치유의 상징으로 주로 숭배의 대상이었다. 르네상스 미술 이후 현자의 친구, 가족, 유희, 신선함, 낭만의 동물로서 자리잡았으나 개와는 달리 인간에게 무조건적인 충직과 노동을 제공하지 않는다. 많은 철학자들이 사랑하는 고양이는 지혜로움으로, 개는 충직함과 온순함을 상징으로 하는 소재로 자주 표현되어 왔던 것이다.

도소도시 헌정 작품으로 돌아가 작품 속 남자가 안고 있는 개와 고양이 이야기로 들어가보면 남자와 개와 고양이의 삼각 구도(이들의 각기 다른 시선의 방향도 마찬가지이다.)와 맞닥뜨린다. 남자의 정면시선은 현재를 개의 아래 시선은 과거, 고양이의 시선은 미래이다. 과거의 경험을 통해 얻은 지식으로 현재를 살고, 현재가 축적 되어 다가올 미래를 살아갈 지혜를 갖게 된다는 뜻이다.

인간은 타나토스(죽음 또는 반대로 삶)의 숙명을 거스르지 못하기에 그 안에서 존재 자체가 불완전하고 우울하다. 또한 끝을 알면서도 문명의 자기 파괴적 경로에서 탈선하지 못한 채 주행하고 있다. 문명과 욕심과 이기와 바꾼 파괴적 미래를 앞두고 인간은 무엇을 고민해야 할까? 여기에 타자의 시각이 개입된다.

인간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개와 고양이의 시각으로 때론 상징으로 인간 중심주의를 해체하고 인 간이 차지해야 할 적절한 위치를 끊임없이 성찰하게 한다. 또한 단절된 자연과의 관계를 매개하고 가장 친밀하게 인간을 위로하는 개와 고양이는 과거와 미래, 그리고 자연과 문명을 잇는 사이 존재인 것이다.


갤러리마리 아트디렉터 차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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