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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섭 조각전 <영원한 모더니티>
갤러리 마리는 오는 10월 7일(월)부터 12 월 6일(금)까지 이영섭 작가 특별 초대전
『영원한 모더니티 – 이영섭 조각 』展을 선보입니다.
이영섭 작가는 그동안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발굴’을 핵심 키워드로 과거와 현재, 미래까지도 이을 수 있는 시간성을 담고, 솔직 담백한 질박함을 녹여내며, 한국미의 특성을 드러내는 작품을 해온 자랑스러운 우리의 조각가입니다.
특히 진행중인 국제적인 대형 프로젝트는 세계 각국에서 ‘어린 왕자’ 작품을 ‘발굴’해내는 작업으로 단순한 조각 작품 발표를 넘어 발굴 장소와 어린 왕자의 내러티브, 그리고 현장에 관객이 참여하는 퍼포먼스로 경계 없는 예술을 동시에 보여주며 세계를 놀라게 할 준비중에 있습니다.
갤러리 마리는 개관 당시부터 이영섭 작가와 작품 세계를 지지하고 응원해왔으며, 새롭게 환경과 물성으로서 제주와의 친연성을 보여주는 작품을 비롯 2019년 신작을 선보이게 됨을 더 없이 기쁘게 생각하며 미술계와 미술애호가 및 관람객 여러분에게 영감을 주는 전시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갤러리 마리 대표 정마리 드림



전시 기획 의도 및 전시 내용


시간의 파편에서 시간의 꼴라주로의 초현실 조각

이영섭 조각의 읽기는 우선 그가 차용한 ‘발굴기법’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그의 발굴 행위는 박물관학적 텍스트에서 벗어난 역사와 시간의 권위에 기대지 않고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다루는 새로운 방법의 창안이다. 발굴을 전제로 땅에 그림을 그리고 반전으로 흙을 파낸 뒤 콘크리트와 과거 유물의 파편, 유리, 오닉스, 혹은 가위 같은 현재 사용되고 있는 기성물품 등을 섞어 붓고 매장한다. 각각의 파편들이 ‘발굴’이라는 본래의 역사적 시간적 흐름의 맥락에서 떨어져 나와 시간의 논리를 뒤집는 그의 신체성의 맥락과 함께 재배열 됨으로써 하나의 새로운 이미지로 구성된다. 시간을 역행하여 이루어진 이영섭 작가의 발굴물은 시간의 편차를 두고 만들어진 편린들(재료)이 서로 관계하며 매장되고 새롭게 조성된다. 그것은 마치 몽타주 기법과 같이 이른바 ‘꼴라주 조각’으로 발굴된다. 구태하여 지나쳐버리는 것에 새로운 의미를 담고, 상관되지 않는 것들을 가까이 붙여서 새로운 의미를 창출하는 꼴라주는 때로는 어쩔 수 없는 충돌이 불가피하지만 이 충돌 속에 새로운 의미를 향한 지향이 자리잡고 있다. 그의 조각은 시차적 질료의 파편뿐 아니라 의도적 시간 역행으로 ‘발굴’에 개입된 신체성의 파편들과 함께 재배열되면서 시간적 논리와 충돌하게 된다. 이영섭 작가는 실제 발굴 현장에서 겹겹이 쌓였던 시간을 뚫고 나온 유물에서 받은 영감을 그의 조각의 기법으로 견인해왔다. 대립적인 것의 융합을 축복하는 것은 바로 상상력이다. 그가 해온 발굴기법 조각은 충돌하는 시간적 파편들을 상상력으로 외연을 확장시켜 재현한 시간의 ‘꼴라주 조각’이다. ‘발굴’되는 그 순간에 끌어 올려지는 것은 지나가버린 시간과 풍화, 그리고 오랜된 시간 거리만큼 거슬러진 잊혀진 사실과 기억들이다. 이러한 발굴이 가지는 본래의 현상에서 혁명적 가치를 발견하여 마치 시간 여행자와 같이 새로운 현실을 구성하는 그의 조각은 그래서 초현실적이다.


질료, 형상, 그리고 존재

질료 즉 매체란 예술가들의 창의적인 상상력을 구체적으로 시각화하는 매개이다. 매체의 사유와 탐색은 예술과 매개되어 새로운 예술형식을 탄생시키기도 하고, 예술의 내용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시각예술에서 매체가 존재하는 이유는 표현을 통해 타자와 소통하기 위함이다. 표현을 통해 타자와 소통하는 예술가에게 매체와의 관계는 필연적이다. 테라코타를 매체로 정교한 사실주의적인 표현을 하던 이영섭은 작가 자신의 신체성을 포함하는 ‘발굴’을 차용해 조각의 외연을 확장하였고 이러한 프로세스에 그가 선택한 유효한 주매체는 가변성이 있으면서 견고한 질료인 콘크리트였다. 여기에 시간을 꼴라주 하기 위해 다양한 재료의 파편을 섞었다. 이러한 매체적 혼성으로 인해 탄생된 작품은 콘크리트의 성질보다는 직조된 돌에 가까워 보인다.동시대성을 드러내는 사유적 감성표현과 같이 풍부한 문화적 담론을 담아내는 데에 다소 어려움이 있는 대리석 혹은 화강석의 단단함과 직조 방식 대신 자신만의 조각 언어를 표현하기 위한 매체의 선택이었다. 이영섭은 이렇게 매체적 속성을 통해 시대정신과 자신의 조각 서술을 구현했다.
그의 ‘발굴’은 그 신체성뿐 아니라 이미지 면에서도 고전적이면서 원시적∙ 토속적 〮한국적인 인체와 얼굴을 차용해왔다. 예리하지 않은 투박한 원초적 미감을 담은 단순하고 순수한 아이의 형상으로 모든 시간과 세대를 아우르는 절대 순수의 존재자를 빚어내고 발굴했으며 보는 이들과 소통했다. 최근 들어 그의 조각은 비례에 있어 양감을 해체하여 수직성으로 변형시키고, 장식성과 과장미를 추가한 것이 눈에 뜨인다. 세월을 뚫고 나온 어느 한 시대의 인체 유물 조각에 각인된 물신과 욕망의 파편들은 그 시대의 문화적 기호로 읽힐 수 있다. 신체의 왜곡과 장식성은 순수와 욕망 사이 그 어디쯤에 실재하는 인간의 형상을 응결시키고 싶은 작가로서 존재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다.
한편 이번 전시에서 이영섭 작가가 새롭게 추가한 매체는 현무암과 조면암이다. 제주로 작업실을 옮겨 작업하면서 그 곳 환경과 친연성이 높은 현무암과 조면암을 매체로 선택했다. 무수한 시간들을 묵묵히 지켜온 푸른 물빛을 쓴 검은 제주석을 다듬는 조각 방식의 변화도 직조 방식으로 환원되었다. 변형과 장식성으로 왜곡되었던 신체와 존재는 이전 매체와 다른 질료와 석조 방식의 선택으로 다시 순수를 입게 된다.


영원한 모더니티

‘모더니티’라는 단어는 ‘근대성‘이라는 사전적인 뜻으로만 해석할 수 없는 단어이다. 보들레르의 말처럼 ‘모더니티’의 성격을 새로운 것, 영원한 것, 덧없음에 대한 추구라고 한다면 이영섭의 조각 작품은 모더니티이다. 그의 발굴 작업은 과거 어느 정지된 시점의 미학적 원본에 대한 복기가 아니다. 발굴 조각 프로세스에서 논리적 시간성과 대립하고, 발굴된 작품은 한편 우리가 상상하던 역사 속의 옛 것과 대립한다.
인간의 예술행위에 있어서의 끊임없는 새로움의 추구는 낡은 것을 끊임없이 지연해 감으로써 영원을 추구한다.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생산하고자 하지만 그 안에 과거의 경험이나 흔적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없다. 옛 것을 통해 미래를 선취하는 것은 죽음과 소멸의 공포를 은폐하기 위한 것이다. 오래된 역사 속의 발굴물들도 그 시대의 모더니티였다. 이영섭 작가 그가 차용한 역행적 발굴행위는 새로운 것, 영원한 것, 덧없음을 추구한 모더니티를 시간의 파노라마적 조작으로 끝없는 모더니티 행위로 재생산해내는 것이다.
이영섭의 이번 전시는 기존의 발굴 조각에서의 해체되고 왜곡된 신체성을 추구하는 한편 제주로 작업실을 옮겨 현무암 등을 직조하면서 자연과의 관계를 터득해나가는 과정의 산물도 새롭게 선보인다. 모더니티 정신의 핵심 과제는 자연 자체가 아닌 인간성과 자연과의 관계를 터득하기 위해 질료의 표현력에 민감해야 한다. 발굴기법으로 터득했던 질료의 표현방법을 또 다른 모더니티를 위해 새로운 질료와 질료의 표현력에 집중한 결과이다. 형상의 겉껍질이 아닌 껍질 속에 간직된 알맹이와의 관계를 잇기 위한 작가의 끝나지 않은 수행은 발굴과 직조를 이어가며 계속되고 있다. 다양한 자연과의 친연 속에서 인간성과의 관계를 터득하기 위해 영원한 모더니티를 꿈꾸고 있다.

갤러리 마리 아트디렉터 차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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