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성곡 옆 갤러리마리, '토끼 Go'展!
신년기획전 : 토끼 Go
최영훈 前동아일보 편집국장



"성곡 옆 갤러리마리, '토끼 Go'展!"

출처 : 미디어빌 Mediaville 2023.02.23
필자 : 최영훈 前동아일보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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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22일 저녁 조촐한 음악회와 와인 파티장에 갔다. 주제 넘게도!
사실 나는 이런 자리가 거북하다, 그래서 피하는 편인데... 모르고 갔다.
몇 명이서 시포에버 경영자 중 한명인 권리안의 맛난 굴과 와인 먹는 줄만 알고...
6시인지, 6시반인지도 모르고, 그래서 아마 30분인지 1시간인지 늦게야 도착했다.

1, 2층은 레스토랑이다. 성곡 미술관이 지척이다.
그 옆 한식집은 내가 가봤다.
정치에도 투신한 김앤장의 누구와 친정 후배랑 한 2년 여 전에 말이다.
아무튼 갤러리마리? 마리갤러린지 옥호는 모르겠다.

2층에서 3층으로 오르는 벽의 글에 확 시선이 쏠린다.
존 케이지(John Cage)가 뭐라 씨부렸다. '뭔가 떨어뜨리면 안 된다?'
뭐 대충, "예술 문화따위를 늘 잊지말고 살자!" 운운의 뜻을 담았을 테다.
작곡가 케이지는 1952년 《4분 33초》를 작곡해 이름을 떨쳤다.
뉴욕 우드스탁(Woodstock)에서 데이빗 튜더(David Tudor) 연주로 무대를 뒤집었다.
1972년에는 보스턴 하버드 광장에서 직접 프로듀싱해《4분 33초》를 공연한 바 있다.
당시 카메라는 이 장면을 다큐멘터리로 기록해 역사에 남겼다.
수많은 인파 속 광장에 놓인 그랜드 피아노 앞에 선 존 케이지.
피아노 위에 시계를 올려놓고 덮개를 덮는다.
그런 뒤 '4분 33초' 동안 침묵한 후 다시 덮개를 열면서 공연을 마쳤다.
전위음악의 대가로 벌떡 일어선 케이지의 대표작 중 대표작이 이거다.
논란도 일으켰지만, 고 백남준이 케이지를 현창해 국내에서도 잘 알려졌다.
이 영상은 방송국 WGBH와 WNET의 지원으로 제작돼 실제 전파를 탄다.
영상을 본 시청자를 충격의 도가니로 몰아넣거나 경탄하게 만들었을 거다.
백남준은 《존 케이지에게 바침(A Tribute to John Cage)》으로 드높였다.
“이것은 TV를 위한 선(禪)이다", ”당신의 오른쪽 눈으로 당신의 왼쪽 눈을 보라”
이따위 문구를 화면에 추가했지만 그건 그저 그럴 뿐이다.
다만 "지루함을 즐겨라!"는 쌈박한 말만 백남준의 천재성을 비춰줄 뿐이다.
존 케이지, 그 '침묵의 음악'은 열린 공간에서 관객을 만나 생명을 뿜어냈다.

그래서 갤러리마리에 나는 다소 회가 동한 상태에서 여러 군상들을 만났다.
20여 Genius Table 멤버들이 모여 굴과 포도주 향연을 벌이고 있는 곳에서.
마뜩치 않아서, 처음에는 벽에 걸린 그림들에게만 눈길을 주었다.
바로 옆에 모자를 쓰고, 나도 도리구찌 모자를 쓰고 있었지만, 노란색 옷 여인.
그 여인이 갤러리 관장이라고 누가 소개를 했지만, 별 관심이 없었다.
이름이 뭔지, 명함을 안 주느냐고 물어보지도 않았다.
그저 사방 벽에 걸어놓은, 계묘년 토끼들 그려놓은 그림들에만 눈이 갔다.
딱 두 개 그림이 눈에 들어왔다. 묘한 필링으로 다가와서였다.
하나는 내 시야 바로 앞에 걸려 있어서 더욱 호기심을 동하게 만들었다.
그 그림은 작가가 누군지도 모르겠다.
S자로 굽어진 산길을 아래 척 그려 놓고는, 그냥 수묵화를 그리듯 했다.
아주 작게 한 사람 옆에 토끼 두마리가 보일 듯 말듯 작게 등장할 뿐이다.
다른 건 김선두  작가라고 동양화단에서 제법 호가 난 사람인 모양이다.
나야 그림들에 관한 직관만 있을 뿐, 지식나부랑이는 거의 없어서 모른다.
김선두의 질박하고 우스꽝스런 민화 풍의 구수함에 먼저 눈길이 갔다.
토끼를 언뜻 보면 호랑이나 사자 풍의 맹수 느낌으로 그린 걸로 보인다.
우리 민화에 호랑이를 아주 부드럽게 그려낸 것과는 거꾸로의 과장이다.
그러나 자세하게 단디 보면, 투박하되 사나움 속에 부드러움이 교차한다.
이런 그림이 잘 그린 그림이다.
'이중성'을 포착해내고, 그러나 일별해선 잘 안 드러나게, 단디 보면 보이게.
그런 경지가 고수의 경지다.
작가가 삶에서 얻은 깨달음이 그림의 밑천이라고 주장한다고 하니...

아무튼 나는 9명의 전시 초대 작가 중 김선두의 작품에 손을 들어줬다.
"안목이 있다"고 관장이 뭐라 캤지만, 로비 받은 바 없이 눈에 띄었다.
일러스트레이트 풍의 신미손가 하는 작가의 소품도 눈에 확 들어온다.
'신묘한 토끼' '어디에 있나' 제법 작명도 단디 한 것 같다.
빼어났다기 보다는, 민족자본으로 구입할만큼 가성비가 있어보여서다.
다른 그림들도 다 뭔가 주장하는 바가 없진 않다.
추니박인가의 '씨를 날리는 토끼'와 '토끼와 민들레'도 뭔가 감이 좋다.
동양화풍을 내가 좋아해선가? 한지 위에 자유분방하게 막 칠한 듯해서다.
하지만 나의 취향은 울긋불긋보다는 검박 쪽이니...

아무튼 3월 3일까지 전시를 계속하니 한번 들러 보시길 강추 드린다.
이색적인 갤러리를 한 곳 발견했다.
입구 벽에 눈이 시원한 푸른색 도자를 한 줄로 나란히 9개를 걸어뒀다.
자료를 찾아보니, 관장이 제법 철학적인가 아님 그냥 아는 척인가?
이전 전시전의 작명들이 '사이존재' '자전적 탐미' 전 등이라고 하니...
뭘 알고, 그러는 건지?
궁금하다.
인간의 간(간)도 사이가 아닌가?
묘하게 사람 한명, 한 개체를 부를 때도 인간이다.
그것은 실존하는 그를 둘러싼 주위를 감안해서다. 
태어날 때부터 인간은 혼자일 순 없다.
애비와 애미의 사랑과 교접, 결과이니.
죽을 때도 거의 모든 경우 옆에 사람들이 있을 거다.
그래서 초혼례도 49재도 해주고 난리굿이 아닌가?
'사이존재'라는 건, 어떤 그림들인데 그리 지었을까?
문득 궁금해진다.

이만총총(계속)

#뱀발...갤러리마리
주소는 서울 종로구 경희궁 1길 35이다.
성곡 미술관 바로 건너편이나 마찬가지다.
9명의 작가들 중 몇명만 얘기해 미안하다.
나의 취향과 타입이 그럴 뿐이니까 이해를.
와서 즐감하시고 그 놈 순 엉터리 평론...
라고 욕을 하시라! 그게 불감청고소원!!!

나중에 보니,,,김기홍 김선두 박방영 반미령 신미소 정길영 정재원 최현주 추니박이 초대작가들이다.
김기홍은 다중시점의 포커싱을 활용, 서사적 미디어 환경을 결합한다?
그게 당체 뭔 뜻인가? 쉽게 쓰라!
보도자료를 자기도 모르면서 쓸 때 이렇게 난삽해진다.
알면 쉽게 말할 수 있다. 모르면 난수표요 암호다!

김선두는 네잎 클로버를 탐하는 토끼, 욕심이 지나쳐 눈을 가리면 삶이 보이지 않는다는 '깨달음'이 바탕이다.
이건 뭐 그런대로 이해가 간다.
박방영은 동서양의 '경계를 허무는 예술가'란다. 일필휘지로, 나도 그렇게 쓰지만, 기운이 살아넘친다고 하네.
장자의 소요유, 유유자적이라는 단어로 그림그리기를 설한다. 장자가 기철학, 기공수련자였음을 알고 있겠지...
반미령은 내면의 한 켠을 내밀어 보여주듯 붓이 아닌 롤러로 켜켜이 물감층을 쌓아 올린다. 긴 시간이 필요하다.
마르고 또 칠하느라, 기다림의 철학으로 시간이 정지한 듯한 초현실적 풍경, 그것이 여운과 잔상을 남긴다네.
신미소는 역시 일러스트레이터였구나. 메시지를 쉽게 전달하는 훈련이 돼 있어, 소통과 공감으로 다가설 수 있다.
정길영은 회화 도자 설치까지 넘나들며 '영역의 파괴자'로 익살스럽게 그림을 그린다. 푸른 안료가 눈을 시리게...
정재원은 의인화한 동물의 상으로 어디서 본 듯한 일상의 우리를 투영한다. 익명으로 존재하는 떠도는 부초들을?
최현주는 병풀을 한아름 모아든 토끼에 스와로브스키와 리본 등 오브제를 결합한 걸 선보였다. 정성껏 공을 들였다.
추니박은 들판에 지천인 민들레의 강인한 생명력을 야그한다. 류시화의 민들레를 한지 위에 써내려가 눈길을 끈다.

아참! 매주 일요일은 휴관하니 알아두시라!!!

필자 : 최영훈 前동아일보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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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기획전 《토끼 Go》
•일정 : 2023. 1. 17(화) - 3. 03(금)
•작가 : 김기홍, 김선두, 박방영, 반미령, 신미소, 정길영, 정재원, 최현주, 추니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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